한국 마실 갈 준비

내일이면 한국가는 비행기를 타야해서 여러 가지로 바빴습니다.
계속 짐도 싸고 (싸도싸도 계속 챙길 게 나오더군요) 집 청소도 대강 해놓고 빨래도 하고. 냉장고 비우는 일은 거의 2주째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일단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 중 먹고 싶은 게 별로 없어서...;; 이렇게 살림하면 안되는데..)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역시) 퍼먹을 맡기는 일이었어요. 며칠 전부터 여행가방이 나와있는 걸 보고 퍼먹이 뭔가를 눈치채고는 저를 졸졸 쫓아다녔거든요. 가방안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그러다 오늘 퍼먹살림 몇개랑 (모래상자/모래, 캔 몇개, 빗, 장난감, 과자.. 고양이도 살림이 나름 많답니다) 집에 있는 화분이랑 챙기고, 퍼먹을 담아갈 가방을 탁~ 꺼냈더니, 털을 삐쭉 세우면서 난리가 났어요. 퍼먹 가방이 나올 때면 밖에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안 들어가겠다고 바둥바둥 하는 놈을 다리 하나씩 차례대로 가방 속에 쑤셔 넣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억지로 들어가고 나니 눈이 커다래졌어요. 겁나는 거죠. 퍼먹,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지만, 여기 너 혼자 3주간이나 있을 수는 없쟎아...

암튼 짐도 많고 비도 와서 택시타고 친구네 집에 갔습니다. 원래 퍼먹주인이었죠. 사람이랑은 익숙해도 그 집엔 처음이니까 퍼먹이 엄청 겁을 집어먹었더라구요. 궁딩이를 땅에 거의 끌 정도로 낮은 자세로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퍼먹, 곧 익숙해질거야. 그 집은 창문도 많고, 에어컨도 빵빵하고, 소파도 넓단다. 돌아오는 날로 너 데리러 갈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집에 퍼먹이 더이상 없다 생각하니까 집에 가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마음도 허전하고. 그래서 왕창 쇼핑을 하는 걸로 마음을 풀기로 하고 서점에 갔죠. 보통 비행기 타기 전에 도서관에서나 헌책방에서 미리 읽을 것들을 준비해 놓는데, 이번에는 이런저런 일을 보느라 챙겨놓질 못해서 제 돈 다주고 새책을...

비행기 탈 때는 긴장을 해서 (촌스럽게!) 머리 굴려야 되는 책을 못 읽기 때문에, 늘 가벼운 책 위주로 골라요. 이번에는 세 개 골랐는데 (1-stop이라서 시간 좀 걸리거든요) 하나는 Julia Quinn의 로맨스, 하나는 미스테리, 마지막은 바락 오바마가 처음 썼던 자전적인 책, Dreams from My Father.

한국책들만 공수해서 읽다가 처음으로 읽은 영어로 된 (텍스트북 아닌) 책은 로맨스 소설이었어요. 그 때 진짜 온갖 종류의 로맨스를 다 섭렵했죠. 역사물, 현대물, 미스테리물, SF(?)물 등등. 사실 몇 권만 읽으면 그 공식에 질리는 게 로맨스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주있는 사람 건 읽는 맛이 있죠. 수많은 작가를 거쳐오다 그나마 신간 나오면 챙겨보는 사람은 Amanda Quick이랑 Julia Quinn (이름도 비슷하군요) 둘 남았어요. 한국에서도 한 때 인기있었던 Bertrice Small은 책이 어찌나 야한지. 처음엔 좋더니 (ㅋㅋ) 이제는 좀 별로.ㅎㅎㅎ 그래도 로맨스 수백권 독파하고 나니까 영어로 써있는 책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 다른 책들도 읽게 되었으니 나쁘기만 했다고 할 순 없었겠죠?

미스테리는 정말 좋아하는데 대부분은 용두사미격이라 큰 기대 없이 읽어요. Iain Pears의 신작이 나올 때까지는 그렇겠죠. 이번에는 고양이가 주인(인간)을 도와 미스테리를 풀어간다고 하는 Rita Mae Brown의 캣 미스터리(!!) 시리즈 중 첫째작품을 골랐어요. 퍼먹의 빈자리를 과연 탐정 고양이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인지!

오바마 책은 남편도 저도 둘 다 읽고 싶어하던 거라 고민없이 골랐네요. 이 책 말고도 얼마 전에 "The Audacity of Hope"라는 책을 썼는데, 그것보다는 먼저 썼던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순서일 것 같아서. 오바마가 하바드 법대 역사상 최초로 흑인으로서 Harvard Law Review president가 된 후 인종문제에 대한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시작했다가 개인적인 memoir가 되어버린 책이라지요. 이 때만 해도 법대 졸업하고 University of Chicago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던 때라 앞으로 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된다던가 대통령후보가 된다던가 하는 거는 굉장히 거리가 먼 땐데, 본인은 자기가 거기까지 가게 될 지 정말 생각해 봤을까요? 궁금해요.

음... 그럼 다음 포스트는 서울에서... ^^

by 썬데이뉴욕 | 2008/06/16 13:00 | 일상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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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6/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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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ERMATA at 2008/06/17 20:05
앗..서울에 오시는군요~! 전 부산에 산답니다~!!! 꺄~~~
뉴욕보다는 꽤 가까운 곳에 있는 거네요~^-^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23 10:16
그러네요. 근대 저 주말동안 왜관갔었는데. ^^ 거기선 더 가깝죠? ^^
한국오니까 너무 좋아요.
Commented by 티나 at 2008/06/19 06:40
한국 가셨군요~
아~좋겠당.....
좋은 시간 되세요~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23 10:16
네, 재밌게 지내려구요. ^^ 티나님도 즐겁게~ ^^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6/19 11:52
지금쯤 시차적응을 하고 계시려나요 ^^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오시길 바래요~~!!!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23 10:17
지난 주 내내 인터넷 없는 곳으로 다녀와서 이글루에 오지도 못했네요. 인터메조님도 즐거이 지내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6/26 02:18
썬데이 뉴욕님 한국에서 잘 지내고 계세요? 글이 한동안 없으셔서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서운하기도 하고^^ 해서 와 봤어요. 한국에서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오징어도 듬뿍 사오시길 바래요! 호홋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29 12:55
은사자님, 땡큐. 그런데 제가 요즘 잘 못먹어서... 그림의 떡이에요. ㅠㅠ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6/29 10:26
좋은 곳 많이 다녀오셨나봐요~~ ^^

뉴욕은 너무너무 습기차고(하루걸러 비가...) 이젠 덥기까지 하네요..전 다시 에어콘있는 방으로 피신해야겠습니다..ㅠ_ㅠ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29 12:56
아이고 많이 덥군요. 여기도 장마철이긴 한데, 다행히 온도는 많이 안올라가서 참을만 해요. 더위 먹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Commented at 2008/06/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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