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uty of Korean Food: With 100 Best-Loved Recipes" 리뷰

[요리책]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

외국에 나와서 살다 보면 정말 한국 음식에 대한 갈망이 큰데, 그를 충족시켜주는 요리책은 한국어로 되어 있는 한국에서 발행되는 책 이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다못해 아마존에서 한국요리책, 일본요리책, 중국요리책을 검색만 해 봐도 아시겠지만, (이건 사실 요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행 가이드나 역사, 문화에 관한 책을 찾아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요리책은 대부분 한국의 식문화와 요리를 소개하는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지루한) 책이거나, 그게 아니면 정말 6,70년대 방식으로 쓰여진 요리책을 직역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 대부분입니다. 일단 한국요리를 해보겠다 마음을 먹고 요리책을 사 보려는 미국인/외국인들은 최소한 한국요리를 어디서든 한번 먹어보고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하는 데에 도전하려는 것인데, 이런 사람을 위한 요리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기대가 컸습니다. 저는 요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요리문화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 - 한식의 세계화-에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런 시도와 노력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구요. 그런 의미에서 건설적인 비평을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이걸 무조건적인 비판이라 생각지 마시고, 앞으로 개정판을 낼 때에 한번쯤 생각해 볼 주제들을 이야기한 글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책을 보여준 외국인은 아직 두 명뿐이라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기에, 나중에 많은 외국인에게 보여준 후에 그들의 피드백을 정리해서 한번 더 포스팅을 할 생각입니다. 이번 건 제 생각 중심으로 하구요.

1. 일단 책의 목적은 한식 레시피의 표준화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읽다보면 제가 하는 방식이랑은 다른 요리들도 (순두부찌개라든가) 많이 있었지만, 그건 정말 집집마다 다르기도 한 게 요리법이니까, 또 한국음식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나온 방식이니까 정말 정제된 방식을 소개하는 거라 믿고 해 볼만 할 거 같습니다. 제가 다음 주면 한국엘 다녀와야 해서 냉장고를 비우는 중이라, 요리법을 아직 따라 해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방문 후에는 요리책에 나온 대로 몇 가지 요리를 해 볼 작정입니다. 마음이 급해서 포스팅을 둘로 나눠하는 걸 용서하시길...

2. 그리고 또 하나의 목적은 한식이름 영자표기의 표준화인데, 이것 역시 매우 필요한 일이므로 점수를 많이 주고 싶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 국, 장국, 죽, 찌개, 탕, 전과 같이 음식의 종류가 뒤따라오는 이름에는 재료와 종류 사이에 하이픈을 넣던지 띄어쓰기를 해 주는 것이 읽기와 이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미역국은 Miyeokguk이라고 표기하는데 Miyeok-guk이라고 표시해 주면 읽기도 더 쉽고 음식의 종류가 무엇인지 한눈에 더 쉽게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하나 늘 문제라고 느껴왔던 것은 된소리 표기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떡, 찌개가 Tteok, Jjigae로 표기되는 것), 왜 이런 방식으로 쓰는지 한국인으로서는 이해가 되지만, 외국인들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합니다. 그들의 발음에는 된소리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사실 같은 자음을 두번 반복해 쓰는 이 표기방식은 보기에도 좀 이상해 보여요. 하지만, 저도 이에 대한 좋은 대안을 제공할 수가 없기에, 이건 앞으로 계속 여러 분들께서 고민해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3. 책을 읽는 타겟독자층이 어떻게 잡혀있는지는 조금 모호한데, foreword에는 "I believe that this book will be the standard for cooking typical Korean food for both beginners and experts." 라고 되어 있고, preface에는 "I hope that this book will be an essential guide for foreigners who want to learn about Korean food in depth and for people who has plan to manage Korean food restaurants in foreign countries."라고 되어 있는 걸로 미루어 볼 때,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더 타겟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음식을 해보고 싶다 하고 관심을 가지는 일반 외국인이 접하기에는 책의 구성이 많이 불편한데요, 그건 아래 아래에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4. 영어 번역에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오타가 너무 많구요. 표현도 너무 한국어를 영어로 직역해 놓은 듯한 어색한 표현이 많습니다. 저 위에 옮겨온 문장도 문법이 틀렸죠. 한국분 한 분과 외국분 한 분이 번역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번역에 너무 신경을 안 쓴 표가 많이 나서 읽기가 민망하더군요. 딱 유학생들의 페이퍼를 읽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이건 개정판을 낼 때 반드시 손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5. 왜 이 책이 accessible하지 않은가?
저는 어떤 주제에 관한 책이든 그 주제를 소개하는 책이라면 읽기 쉽게 쓰여져야 한다고 믿는 편인데요. 이건 꼭 글을 쉽게, 내용을 단순하게 써야 한다는 게 아니라, 내용은 좀 깊이가 있더라도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구성과 서술에 신경을 써야된다 하는 건데요. 이 책은 쫌... 딱 보면... 그야말로 '가정 교과서'같아요. 예를 들면 상차림법에 코스로 차리는 법과 한번에 다 내는 법은 아무런 설명없이 도표로만 만들어져 있는데요, 이런 건 정말 학교에서 수업들을 때 보는 거지 그냥 관심을 가지고 읽기에는 부담스럽죠. 그리고 각 지방 음식을 설명하는 것도, 그냥 번호를 붙여서 서울음식 이렇다, 경기도 음식은 이렇다 이런식으로 요점 정리하듯이 해 놓으면 한국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거에요. 이런 데에는 각 지방의 위치가 나타난 한국 지도가 함께 있다면 어느 지방 음식이 어디 쯤에 있는지, 그리고 각 지방의 음식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리고 Chapter 2. The Basics of Cooking Korean Food는 없어도 되는 챕터가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계량기구 소개가 굳이 필요했나 싶어요. 저울, 타이머, 계량컵 등의 사진과 설명, 그리고 강불, 중불, 약불 등의 사진과 설명도 오바였다 싶구요. "the necessities for the cooking Korean food" (또 다시 잘못된 표현이지만 책에 있는 그대로입니다)를 보여주는 챕터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상식선이 아닌가 합니다. (일례로 *Cooking terminology에 나오는 Bring to a boil: a status of boiling over once. 좀 할 말이 없죠...)

6. 본론으로 넘어가죠. 100가지 요리법이 나와있는 Chapter 3.
요 리 이름 소개는 잘 된 것 같아요. 먼저 영어로 표기된 한국어 요리이름, 그 다음에는 한글 이름이 나오고, 그 밑에 간단한 요리 소개가 영문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3가지 동시표기가 한식 레스토랑에서 표준으로 채택해야 할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잘나가는 중식요리집이나 일식집, 타이레스토랑 등등도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데 그게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요리이름을 소개하고 그걸 기억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느껴집니다. 하지만 몇몇 요리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은 듯. 예를 들어 김밥은 "Rice Rolled in Laver"라고 되어있지만, 그건 김밥의 직역 설명이지, 진짜 김밥이 어떤 건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죠. 이 설명만 읽으면 안에 내용물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밥을 김에 싼 것이라는 것 이상을 알 수 없으니까요. 해물칼국수같은 경우는 "Hand-style Noodle Soup with Seafood'라고 되어 있는데, hand-style은 좀 너무하지 않나요. ㅠ.ㅠ

그 리고 젤 중요한 거. 폰트가 너무너무 작아서 읽기 힘들어요. 음식 사진은 너무 크고. 음식 사진이 전면을 차지하고 레시피를 작은 글씨로 한면에 다 몰아버리니까 읽기가 매우 불편하구요. 맨 위에 있는 표는 요리법 표준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맨 아래 불조절 시간과 프로세스에 대한 표는 레시피와 겹치는 내용이라 불필요하므로 빼버리는 게 나을 듯 합니다. 과정사진과 레시피의 설명도 다 따로 놓는 것보다 중간 중간에 섞어가면서 보기 쉽게 넣는 것은 어떨지 싶구요.

그리고 음식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이건 문화차이같은데, p.128의 도미면같은 경우에는 외국인들 다 놀랍니다. ^^;; 여기 사람들은 생선의 머리가 그대로 상에 올라오는 걸 굉장히 엽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쁘지도 않은 생 도미 머리가 시뻘건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고 있는 채로 장식(?)이 되어 있으면 있던 식욕도 떨어지지요. 새우같은 경우에는 여기서도 통으로 나오니까 그렇다 싶지만 생선머리는 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안좋았다 하는 이야기만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좀 불편한 마음도 있네요. 그래도 다음 판은 더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일단 글 올려 봅니다. 일단 정통요리법을 사용하는 한국요리 전반에 대한 소개서로서는 좋은데, 책이 꼭 대학도서관이나 한국문화원에 들어가 있을 책처럼 보이고, 일반인이 사서 보기에는 좀 부담스런 면이 있으니, 그런 점은 개정판을 내실 때 좀 더 고려해 주셨으면 하구요. 그리고 정말 외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음식을 알리기 위한 요리책을 하나 내 주신다면 그게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한 그릇 음식이나 간단한 요리 중심으로 말하자면, 간단한 요리라 함은 5첩반상 7첩반상을 다 차리는 게 아니라, 서양요리에서 샐러드와 메인 디쉬, 디저트 세 개 해서 손님맞이 할 수 있는 간단 한끼를 내어놓는 것처럼, 우리 음식도 밥, 메인반찬/요리 하나, 그에 어울리는 국, 디저트 이렇게 하면 한 상 차림이 될 수 있게 그런 세트 메뉴를 짜 주신다면 해먹기도 쉽고 한국 음식의 상차림에도 크게 위배되지 않고 좋을 것 같아요. 재료도 원재료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주는 방식으로 데코가 되면 좋을 것 같구요. 전에 어떤 포스트 중 하나에도 이런 답글을 달았었지만, 제 남편이 한국음식은 먹어보면 너무 맛있는데 먼저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이유가, 많은 한국 요리에서 재료가 뭔지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더라구요. 그에 비해 일식은 일단 딱 봤을 때 이쁘기도 하고 원재료가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생소하지 않다고. 그런 의견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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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데이뉴욕 | 2008/06/12 08:52 | 書齋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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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12 08:55
먼저글에 비밀글 달아주신 님, 글을 고치다보니 부득이하게 삭제 후 새로 포스팅을 해야해서 답글이 지워졌습니다. 하지만 덧글은 잘 읽어보았으니 걱정 않으셔도... ^^;
Commented by 취한배 at 2008/06/23 01:52
잘 봤습니다^^ 근데 번역은 정말 ㄷㄷㄷ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할 때에 transcription이냐 transliteration이냐, 어떤 시스템(MR, Yale, RRK 등 여러 종류가 있지요)이냐도 정하지 않고 일관성 없이 아무렇게나 어림잡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Miyeok도 사실 한국어 로마자 표기에서 거의 국제표준인 MR을 사용하면 Miyôk인데, 출판사나 인쇄처에서 무려 귀찮다고;;; ^등의 악센트를 다 빼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번역자가 transcription을제대로 해 놓는대도 "나는 이런 거 본 적 없네~" 하면서 멋대로 바꿔버린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Commented by 썬데이뉴욕 at 2008/06/23 10:12
취한배님, 아, 그런 여러가지 문제가 있군요. 몰랐어요. ^^ 음식문화에 관련된 단어 말고도 영어로 옮겨써야 하는 우리말 표기가 좀 더 통일되고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도 확실히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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